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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록 밴드 안녕바다 데뷔 10년…지금도 ‘별 빛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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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osmicMusicLab 작성일 19-12-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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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별 빛이 내린다”는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던 록 밴드 안녕바다의 최대 히트곡 제목이다.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음악을 태블릿PC로 만들고 힙합 음악만 울려 퍼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기타를 쥐고 머리 속 음표를 따내 종이에 옮겨 적는다. 안녕바다가 그렇다. 

 “히트곡 재탕할까? 상의 끝에 그러지 않기로…희미해지더라도 소멸하진 말자”
11월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연습실에서 만난 안녕바다. 왼쪽부터 기타 우선제, 보컬 나무, 베이스 우명제. 사진=이종현 기자

11월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커피숍과 11월 17일 광주 동구 장동의 공연장 ‘네버마인드’에서 데뷔 10주년을 맞은 안녕바다를 만났다. 안녕바다는 6월부터 전국을 돌며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해왔다. 12월 말쯤 서울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에서 열릴 마지막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적인 영국 모던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곡은 ‘Creep’이었다. 1992년 9월 싱글 발매 당시 ‘Creep’은 고향에서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1993년 3월 이스라엘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런 뒤 미국 서부를 뒤덮었다. 라디오헤드 소속사는 앨범 재발매를 시도했다. 다시 나온 ‘Creep’은 1993년 9월 UK 싱글 차트 7위를 기록했다. ‘Creep’은 여전히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와 함께 1980년대와 1990년대 대중음악을 나눠놓은 명곡으로 꼽힌다.  

안녕바다의 시작도 이와 비슷하다. 안녕바다는 2009년 12월 7일 미니 앨범 ‘Boy’s Universe‘를 낸 뒤 2010년 11월 16일 1집 ’City Complex‘를 발매했다. 반응이 괜찮았지만 이른바 ’터진 노래‘는 없었다. 2집 준비에 들어가던 어느 날 안녕바다는 문자 폭탄을 받았다. “네 노래가 TV에 나와!”  

2011년 1월 16일 KBS에서 방영된 ‘1박 2일’ 방송 장면. ‘별 빛이 내린다’를 세상에 알린 방송이었다. 사진=KBS ‘1박 2일’ 갈무리

2011년 1월 16일이었다. 이날 KBS에서 방영된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 특집에서 ’별 빛이 내린다‘가 나왔다. ’1박 2일‘ 제작진은 홀로 설을 보내는 외국인 근로자의 가족을 몰래 섭외해 가족 만남을 주선했다. 방송 클라이맥스에서 ’별 빛이 내린다‘ 1절부터 후렴까지 가사가 자막으로 함께 방송됐다.  

완벽한 싱크였다. 소개된 지 1년도 넘은 ’별 빛이 내린다‘는 차트를 역주행했다. 실시간 검색 상위권을 휩쓸었다. 보컬 나무(본명 김선국)는 “내가 이 노래를 만들며 의도했던 게 그날 방송 장면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별 빛이 내린다‘가 가장 잘 소화된 장면”이라며 “나영석 프로듀서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라디오헤드의 지금 음악은 코드 3개로 이뤄진 1집 수록곡 ’Creep‘과 달리 난해하고 복잡하다. ’Creep‘을 듣고 라디오헤드 요즘 앨범을 들으면 공통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별 빛이 내린다‘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안녕바다의 지금 음악 역시 ’별 빛이 내린다‘와 거리가 좀 있다. 팝적인 요소를 많이 없애고 단단한 모던 록으로 무장한 게 지금의 안녕바다다. 다만 다른 건 라디오헤드와 안녕바다의 ’히트곡 대하기‘다.  

라디오헤드는 공연 때 ’Creep‘을 좀처럼 부르지 않는다. 더 다양한 자신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라는 게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Creep‘만 팔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데 되레 걸림돌이 되는 까닭이다. 안녕바다는 다르다. 보컬 나무는 “우리에게 ’별 빛이 내린다‘는 가장 아끼는 자식이다. 첫째가 나가서 돈 벌어와 둘째, 셋째 먹여 살리는 구조다. 효자인 셈”이라고 했다.

물론 괴리는 있다. ’별 빛이 내린다‘를 기대하고 안녕바다 콘서트를 가면 다소 당황할 수 있다. 보컬 나무는 이에 대해 “대중이 우리를 인식하는 건 ’별 빛이 내린다‘ 이미지다. 근데 공연을 보면 록 음악 일색이다. 관객 입장에선 괴리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거 무서워서 하고 싶은 걸 안 할 순 없다. 우리는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이언 메이든과 메탈리카를 좋아하는 베이스 우명제는 베이스를 기타처럼 친다. 그는 3집부터 자신의 색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튀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멤버 둘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별 빛이 내린다‘가 세상에 나오게 된 데에는 참 많은 사연이 있었다. 2006년 결성된 안녕바다는 2007년 9월 열린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신인 소개 코너 ’숨은고수‘에 등극해 국카스텐과 함께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에 문을 닫았지만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은 1990년대 후반부터 록 밴드의 등용문이었다.  

쌈지사운드페스티벌 뒤 반응이 좋았다. 앨범 하나 안 낸 밴드 단독 공연에 300석 모두가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 출연도 이어졌다. 2007년 11월 EBS ’스페이스공감‘의 ’헬로루키‘로 선정됐다. 얼마 뒤 안녕바다는 즐거운 전화를 받았다. 당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 다수 소속된 음반기획사 ’플럭서스뮤직‘의 연락이었다. “안녕바다 팀에 관심이 있어서요. 회사 놀러 오세요.” 전화를 끊고 연습 중이었던 안녕바다는 서로 고함치고 하이 파이브를 했다. 2008년 드디어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앨범 출시까지 쉽지 않았다. 플럭서스뮤직은 앨범 발매를 늦췄다. 좀 더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젊었던 안녕바다는 이 시간을 버티기 힘들었다. “좀 더 대중적이고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 내준다”는 회사와 “우린 그냥 하겠다”는 안녕바다의 대립 구도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별 빛이 내린다‘가 탄생했다. 보컬 나무는 “성급하게 앨범을 냈으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다. ’별 빛이 내린다‘라는 추진체가 있었으니 여기까지 왔다. 회사의 당시 선택이 고맙다”고 했다. 

’별 빛이 내린다‘가 수록된 1집이 최대 히트 앨범이지만 2013년 7월 발표된 3집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는 전문가 사이에서 최고의 앨범으로 꼽힌다. 1·2집의 팝 느낌을 많이 빼고 모던 록 그 자체로 승부를 건 앨범이었다. 모던 록 본고장 영국에서 틀어도 성공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앨범이다. 이 앨범에선 베이스가 부각되고 악기 솔로 파트가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실 이 앨범은 안녕바다가 가장 고수하고 싶었던 자신의 색깔이었다. 쌈지사운드페스티벌에서 숨은 고수로 등극하고 연일 매진시켰던 단독 공연 때 스타일이었다. 보컬 바다는 “1·2집 활동을 잘 마친 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었다. ’그 곳은 잠시만‘, ’우는 아이‘,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하소연‘ 등이 앨범 발매 전 연주하던 노래다. 3집 때 우리 목소리를 내면서 초심으로 돌아간 거다. 우리 목소리를 배제한 미니 앨범과 1·2집을 만들었을 때 우린 매우 목말라 있었다”고 말했다.   

11월 17일 광주 동구 장동의 공연장 ‘네버마인드’에서 데뷔 10주년 무대를 가진 안녕바다. 전날 공연에서 갈비뼈를 다친 보컬 나무는 이날 공연을 취소하려다 끝까지 강행했다. 사진=최훈민 기자

밴드를 결성해 이제껏 버티면서 함께한 동료 밴드는 수없이 많았지만 하나씩 사라져갔다. ’고고스타‘, ’문샤인어스‘, ’바닐라유니티‘, ’이스턴사이드킥‘, ’칵스‘ 등이 모두 그립다는 그들의 마음이 인터뷰 내내 전해졌다. 맏형 베이스 우명제는 “선배랑 같이 활동하며 무대에 설 때면 희망이 보였다. ’저 사람들은 아직도 잘하고 멋지다. 우리도 저렇게 되고 싶다‘ 같은 느낌이었다. 음악 인생의 등불 같은 존재다. 그런 사람들이 사라지면 등대 하나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베이스 우명제의 친동생 기타 우선제도 한마디 거들었다. “동료 밴드를 자주 보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서로 의지하는 게 있다. ’쟤도 버티네. 나도 버틴다‘ 혹은 ’쟤도 잘되니까 우리도 잘되겠지‘ 같은 감정이었다. 최근 피아가 해체했다는 말을 들었다. 가슴 아팠다.”
  
보컬 나무가 말했다. “이번에 피아가 해체하는 걸 보고 충격이 커 멘탈이 붕괴됐다. 알게 모르게 의지하던 기둥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간 우리도 소멸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러면서 결심했다. ’우린 사라지지 말자. 예전처럼 1000석 매진시키는 밴드는 아니지만 대중에게서 멀어지더라도 존재하자. 변하지 말고 가늘게 길게 가자‘고 말이다.”

변화의 유혹도 있다. 보컬 나무는 ’별 빛이 내린다‘를 다시 한 번 유행에 맞춰 편집해 앨범 하나 더 내볼까 하는 욕심을 두 멤버에게 말했던 적 있었다. 상의 끝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 베이스 우명제는 멤버 둘에게 “우리 같은 길 가자. 이 분야의 장인이 되자. 장인은 누가 인정하든 안 하든 그냥 한다. 우리는 이미 모던 록을 10년 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하자. 모던 록을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밴드가 되자”고 했다.  

벌써 10년이다. 변화는 별로 없다. 보컬 나무는 “마음 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창작하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충만하다. 다만 살이 좀 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10년이 이렇게 긴 건가.‘ 되게 짧다 싶었는데 누가 10주년이라고 하면 이렇게 길었나 싶다. 지금 5집까지 나왔다. 어릴 때 5집 가수를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5집을 냈다고 하니 징글징글하다. 앞으로 10년도 열심히 할 건데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베이스 우명제는 “눈앞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배워야 할 거 배우고 해나가야 할 거 해나가다 보니 10년이 지나버렸다. ’10년 됐다‘는 생각을 굳이 안 했는데 주변에서 10년이라는 말을 할 때면 10년의 무게를 느낀다. ’10년 됐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무게는 아닌데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더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녕바다에게 큰 꿈은 없다. 그냥 음악만 할 수 있으면 된다. 보컬 나무는 “큰돈 벌 욕심도 없다. 재미있게 오손도손 음악하면서 사는 게 평생 꿈이다. 록 음악이 요즘은 인기 없지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밴드 음악, 즐기는 음악이니까 오래 오래 하고 싶다”고 밝혔다. 

보컬 나무가 말했다. “우리는 희미해지더라도 소멸하진 말자” 사진=최훈민 기자

안녕바다는 10년 전처럼 똑같이 음악을 만든다. 보컬 나무가 코드와 멜로디, 가사를 멤버에게 들려주면 투표를 한다. 많은 곡이 탈락한다. 10개 가운데 1, 2개가 통과한다. 그런 다음 모두가 붙어 편곡을 한다. 여전히 아날로그다. 앞으로 10년도 이럴 듯하다.

1994년 세계적인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 보컬 커트 코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27세 때였다. 그는 헤비 메탈로 가득했던 대중음악의 중심을 얼터너티브 록으로 인도한 인물이다. 그는 새로운 히트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두려워했다. 유서에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 한 번에 불타는 게 낫다(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란 문장을 남겼다. 안녕바다는 반대다. 보컬 나무가 말했다. “희미해지더라도 소멸하진 말자.”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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